드디어 긴 대장정이 끝났습니다.
배포가 성공적으로 잘 될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 후기를 미리 쓰는 지금만큼은 시원섭섭하고 후련합니다.
그간 강행했던 일정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지나가는데 참……,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던 나날이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이미 아시겠지만 저는 개발자가 아닙니다.
처음에는 ACT라는 것을 알게 되고, 거기에 오버레이 스킨이라는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오버레이 스킨은 정말로 기능이 없는 아주 기본적인 스킨이었고 그것을 조금씩 변형해서 인벤에 처음으로 올렸던 적이 2016년이었습니다.
그때가 시작이었죠. 스킨을 연결하려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처음 보는 분들이거나 컴퓨터를 잘 모르는 분들이 보기에는 설명이 많이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ACT를 통째로 팩으로 만들어서 이걸로 ACT를 설치하면 스킨이 들어 있을 거라고 배포를 시작했던 것입니다. 당시 저는 HTML 구조를 아주 조금 아는 전혀 개발과는 무관한 사람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모두들 기다렸습니다. 패치 때 제가 글을 올리기만을.
그런데 하면 할수록 이것은 아니다, 뭔가 대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개발한 개발자들이 업로드를 했을 때 바로 받게 하는 무언가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그러니까 개발자와 유저가 다이렉트로 이어지는 플랫폼 같은 무언가가 필요하다고요.
그래서 '봇'이 만들어졌습니다.
해루를 찾지 말고 이제 해루'봇'을 찾으라고. 해루를 대신해 줄 것이라고.
그렇게 2019년 12월 5일, 처음으로 해루봇을 론칭했습니다.
겉으로는 잘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도 2년 정도 어떻게 잘 유지해서 썼습니다.
그런데 버그 없는 프로그램이 어디 있겠습니까? 새로운 기능이 필요했고, 환경 변화가 있었습니다. 해루봇은 정지해있는데 주변 플러그인들은 계속 앞으로 나아갑니다. 대응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지난 3월 경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솔직히 폴더 구조의 변경이라는 단순한 문제여서 쉽게 고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서브 컴퓨터에서 실행이 안 되더군요. 닷넷 프레임워크 문제인 것 같았는데 원인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부랴부랴 롤백 공지를 했었죠. 그래서 현재 한국 유저들은 Cactbot 설치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신규 플러그인 설치도 마찬가지고요.
2019년 개발 당시에는 아는 게 없으니 책을 봐야했고, 인터넷을 뒤져야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발 과정이 혹독했습니다. 키워드를 모르니까 많이도 돌아갔습니다. 지금 코드 비하인드를 보면 진짜 당사자인 저 조차도 이해를 못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Haerubot 2019는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새로운 해루봇에 대한 개발은 꾸준히 고민해왔던 문제였습니다.
효율적인 레이아웃을 계속 구상하고, 실제로 프로젝트 작업을 시작해 보기도 했습니다. 절망스럽게도 완성은 못 했지만요. 안일했던 것 같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어떻게 잘 굴러가니까 좀 더 써도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정신 차리고 작업에 착수하게 됐죠.
효월 오픈에 맞춰서 작업을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최종본이 나오기 전까지 엎은 프로젝트만 3번입니다. '구조를 좀 더 효율적으로 짜야해, 유지 보수를 생각해야 해, 좀 더 추가적인 기능을 넣어야 하지 않을까, UI 요소에 큰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어' 등등.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겼고, 하면 할수록 실력 부족인 상황에 타협점을 찾아야 했습니다.
정말로 무리했습니다.
5월 10일 전까지는 무조건 오픈해야지. 여태껏 준비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았었는데 늦으면 안 되지.
그러나 예기치 못한 오류와 에러는 계속 생기고, 잠을 못 자서 굳어진 머리로는 잘못된 로직에서 무한정 헤매게 되더군요. 게다가 출퇴근은 해야 했고, 여유 시간이 없으니 저녁도 거르게 됐습니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더더욱 강박증에 시달립니다. 연차까지 쓰고 밤을 새웠습니다. 설상가상 제 상황도 좋지 못했습니다. 2019년에는 입원이었는데, 2022년도 다를 바 없이 건강 문제로 병원을 다니고 있었거든요. 쇠약 디버프 달고 발버둥 쳐봤자 결과는 구토와 코피 등 이상 신호로 이어졌습니다.
아, 도저히 안 되겠다. 결국 패배 선언합니다. 공지를 썼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최대한 작업을 해서 돌아올 테니 제게 시간을 주세요. 이때 너무 울컥하더라고요. 여태껏 게으르지만 않았더라도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후회가 막심합니다.
그렇게 최대 2주라는 시간을 다시 얻어냈습니다. 강박증이 다소 해소되자 머리가 다시 굴러갑니다. 마음을 다잡고 해야 할 일을 정리합니다. 출퇴근 시간에도 틈틈이 레퍼런스를 찾고 로직을 구상했습니다. 디자인 요소도 고민해야 하니 여유 부릴 시간이 없습니다.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오로지 프로젝트 생각뿐입니다. 최대한 잠을 줄이고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길을 가면서도 글을 쓰고 생각을 합니다.
우습게도 어떻게 마무리해서 첫 베타 테스트를 하는데, 시연하자마자 버그가 발생해서 어찌나 당황스럽던지요. 그렇게 1주차에 오픈하려는 꿈은 무산됐습니다. 2주차에 들어서서야 완벽하지는 않아도 이만하면 쓸만하다는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이제는 당장 큰 문제는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베타 테스터 친구들도 어느 정도 잘 적응해서 쓰고 있는 모습을 보니 됐다 싶습니다.
그리고 출시를 하려는데 네이버 블로그는 도무지 불편해서 사용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이 바쁜 와중에 결국 블로그도 새로 개설합니다. 이왕 늦은 것 어쩔 수 없다며 단단히 준비해서 론칭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마침내 2022년 5월 21일, 드디어 정식으로 새로운 Haerubot을 출시합니다.
참으로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제가 준비한 프로젝트가 과연 여러분들께 어떤 첫 인상을 드리게 될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조금 두근두근 대기도 하고, 잘 되면 다행인데 설치를 못 하는 유저분들이 계시면 어떡하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부족한 실력으로 어떻게든 해내고자 최선을 다한 결과물입니다.
새로운 Haerubot이 여러분들의 모험의 시작을 열어 주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길 바랍니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2022년 5월 21일
해루@모그리
#1
이 자리를 빌려 베타 테스트에 참여해서 사용 경험을 공유해 준 친구들에게 다시금 감사를 전합니다.
야수@모그리 · 낄로@모그리 · 냉면과라면@모그리 · 박레난@모그리 · 요정셀레네@초코보 · 오후의홍차@모그리
#2
개발에 찌들어 괴로워하는 저를 응원하려고 귀한 그림 선물을 해준 티끌모아피클@모그리 · 박레난@모그리 님에게도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뜻밖의 선물 덕분에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결실을 맺는데 나도 열심히 해서 마무리를 지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정말로 뜻깊고 힘나는 선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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